올해 9월 회사를 퇴직한 양모(53)씨는 지난달 서울 마포에서 '점심 뷔페'를 열었다. 5000원만 내면 20여 종의 반찬과 국, 샐러드 등을 주는 한식 뷔페다. 빌딩 지하의 호프집이 영업하지 않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딱 세 시간 동안 가게를 빌려서 점심 영업을 한다. 양씨는 "매출에서 재료비와 인건비, 점포 이용료 등을 빼고 나면 순수익은 월 200만원도 안 되지만, 본격적인 창업에 앞선 경험 차원에서 하고 있다"고 했다.
기업들의 사무실이 많이 모여 있는 오피스가(街)엔 '낮'과 '밤'의 업종이 달라지는 업소들이 있다. 카페주점·호프집·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 등 이른바 '저녁 장사'를 하는 점포들이 한가한 낮 시간에 뷔페나 가정식 백반, 국수, 커피 등 다른 메뉴를 판매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식의 '파트타임 영업'을 이용한 창업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시간제 '가게 셰어링(sharing·공유)' 방식의 창업이다. 점포는 하나지만, 낮과 밤의 주인이 완전히 다른 '2개 업소'가 운영되는 일종의 '공유 경제'인 셈이다.
시간제 가게 셰어링은 창업에 드는 기초 비용이 적다. 기존 매장의 인테리어와 주방 설비를 그대로 활용하고 매월 일정 금액의 '이용료'를 가게 주인에게 지불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또 유동 인구가 많아 장사가 잘된다고 검증된 점포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 입지 선정에 드는 고민도 줄어든다.
시간제 가게 셰어링을 전문적으로 알선해 주는 업체도 등장했다. 상가 임대를 소개해주는 부동산 중개소처럼 가게 크기에 따라 200만~300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이른바 '목 좋은' 가게를 알선해 주고, 판매할 메뉴와 마케팅 방법 등에 대한 컨설팅도 해준다. 점심 뷔페의 경우 창업에 필요한 각종 물품과 메뉴, 식재료까지 공급해주는 전문 프렌차이즈 업체도 있다. 가게 셰어링 중개업체 '마이샵온샵'의 최대헌 대표는 "점포당 매출은 지역과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서울 강남과 종로 지역의 점심 뷔페는 하루 100만~130만원 내외의 매출이 나고, 국수나 가정식 집밥 등의 경우 잘되는 곳은 하루 80만~90만원의 매출을 내기도 한다"고 했다.
대체로 점심 시간에만 집중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라 이른바 '대박'이라고 할 만한 수익을 내기는 힘들다. 따라서 본격적인 창업을 준비하기 위한 경험 쌓기 차원에서, 혹은 나름의 자영업 창업 아이템과 기술이 있지만 수천만~수억원에 이르는 창업 자본이 부족한 경우 적은 투자로 시작하기에 알맞다.